교양 과제 ㅡㅡ
<과거로 현실 도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
이순머
<미드나잇 인 파리>는 옛날 호황기에 대한 낭만을 담아내는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담아낸 영화이다. 1920년대에 낭만을 가지고 있는 작가 ‘길’은 약혼녀 이레즈와 함께 파리에 온다. 저녁 파티에서 술에 취해 홀로 밤거리를 헤매던 도중 기적이 일어나 1920년대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 그 시대의 잘나가는 작가들과 친목을 다지는 등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과거에 대한 낭만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현재 일상으로 돌아와 전과 달리 자신의 욕망대로 살게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처음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장면이다. 파티가 끝나고 홀로 파리의 한가로운 밤거리에서 헤매다, 나 몰라라 털썩 주저앉은 길. 자정을 알리는 묵직한 종소리가 밤거리를 채운다. 뎅-뎅-뎅- 이때 도로에서 20세기 초반에나 볼 수 있는 구형 차가 길에게 다가온다. 열심히 관리한 자동차 바디에는 광택이 흘렀고, 창문에는 상아색 커튼이 달려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전용 기사로 보아, 유명인사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임이 분명했다. ‘헤이! 헤이!’ 차 안의 승객들이 들뜬 목소리로 길을 부른다. 1920년대에 대한 감독의 낭만이 매우 잘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옛 시대에 대해 낭만을 갖고 있는 길과 아드리아나는 마치 ‘레트로’ 유행을 선호하는 청년 세대와 같다. 현시대의 청년들은 과열화된 경쟁 사회 속에서 저평가를 받고 있다. 꼰대로 가득한 세상에서 멘토는 찾아볼 수도 없고,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은 현시대에서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호황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는 것이다. ‘저기서 살면, 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잘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가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환상들을 없애야해요. 과거에 살았다면 행복했을거란 환상도 그 중 하나겠죠.” 이미 지나가고 죽은 것에 대한 환상은 현재 살아가는 것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호황기에도 소외되고, 저평가받는 사람들은 항상 있었다. 어쩌면 지금 이 미쳐 돌아가는 현 시대도 시간이 흐르면서 풍화되고, 미화되어서 훗날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묘사될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짱구는 못말려: 어른제국의 역습>이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미드나잇 인 파리>와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자신이 겪은 호황기에 대한 향수를 담아냈다. 20세기 일본의 호황기와 침체기를 겪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어른들이 악당의 계략에 의해 호황기의 추억에 빠져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 그렇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의 길과 같이 결국엔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나 현재를 받아들이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자신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과거가 있어서 현재가 있듯이, 현재가 있어야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자신의 인생이 시시하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 인생이 크게 달라질까? 인생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한 과거로 가나, 미래로 가나 똑같은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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