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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오랜만의 외출


아침 8시, 잠실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간신히 무거운 몸을 이끌어 화장실에 갔다. 그 주는 유독 잠에 잘 들지 못했는데 그 날은 3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다크서클이 코 밑까지 내려온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든 씻고 셔틀 버스를 타러 학교 언덕을 올랐는데 날씨가 엄청 맑고 서늘해서 그런가, 첫차임에도 대기줄이 엄청 길었다. 그리고 거의 서서 자는 상태로 버스를 기다렸는데 하필이면 그 날 교통사고가 일어나서 버스가 40분 정도 늦게 도착하였다. 그래도 연극 시작 시각은 2시고 스케줄에도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아서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렇게 2년 만에 간 잠실은 재작년보다 많이 달라져있다. 재작년에는 롯데월드가 공사 중이었어서 많이 어수선하고 시끄러웠는데 지금은 완공상태라 거리도 깔끔해졌고 보기 좋아졌다.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코엑스에 갔는데 이번에도 또 길을 헤맸다. 코엑스는 진짜 더럽게 넓은데다 가게들도 많아서 올 때마다 항상 지도를 갖고 다녀야한다. 아무튼 그렇게 한바퀴 뺑 돌아서 소문의 카레우동 맛집에 갔는데 다행히 아침이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 날 시킨 메뉴는 왕새우튀김 카레우동이었는데 소문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카레가 진하지 않고 순했고,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다. 또, 푸드코트 안의 식당이라 자리가 편한 것도 아니라서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나와버렸다. 그리고 소화시킬 겸 코엑스 주변을 맴돌다 현대백화점 지하에 가서 유명 브랜드 마카롱 몇 개를 사먹었는데 솔직히 본가 앞 마카롱 트럭에서 파는 것과 맛이 거기서 거기라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내가 맛을 모르는 건지, 이 지방 사람들이 맛을 모르는 건지...... 어째 맛집이라고 하는 것들이 영 시원찮다. 


그렇게 코엑스에서 시간을 보내다 12시 30분 쯤에 지하철을 타고 명보 아트홀에 갔는데 그 때 난생처음으로 을지로에 처음 가봤다. 생각보다 엄청 한가하고 오래된 동네였다. 마치 저 광주광역시의 북구 변두리 동네에 온 것 같아서 초행길인데도 여러번 와본 것 마냥 익숙했다. 극장도 생각보다 작아서, 헤맬 것도 없이 바로 지하3층으로 내려가서 표를 끊고 밖에서 30분 정도 바람 좀 쐬다가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앉은 자리는 정 가운데 줄 가운데 좌석이었는데 옆에 같은 연기 수업 듣는 사람들이 쭈루룩 앉아있어서 조금 어색했다. 서로 어색한 대화를 나눈 후 조명이 꺼지고 극이 시작되었다. 


실제로 프로 배우들이 연기하는 연극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확실히 영화나 티비 드라마 연기와는 많이 달랐다. 영화나 드라마 연기는 현실 상황을 보는 것처럼 동작이나 캐릭터가 섬세한데 연극은 비교적 동작이 크고 캐릭터가 확실했다.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었다. 애니메이션 연기는 영화, 드라마 연기보다는 연극 연기 쪽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이 끝나고 3시 20분, 피로에 몸이 녹초가 되어버렸다. 같은 수업 듣는 친구(그 날 친구 먹었다.)와 같이 학교 셔틀 버스를 타러 잠실에 갔는데 바로 코 앞에서 우릴 두고 거침없이 떠나버렸다. 별로 짜증나거나 화나지는 않았다. 어차피 너무 피곤하고 더워서 음료라도 사서 마실까 생각하던 참이어서 주변 스타벅스에 들려서 잠깐 프라푸치노 마시다 지하철 타고 2시간 반 걸려서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그 땐 진짜 몸에 힘이 쫙 빠져서 밥 숟가락 드는 것마저도 힘들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연극을 봐서 좋았고, 다음에는 진짜 최상의 컨디션으로 서울에 놀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룸메이트 친구와 함께 연극을 보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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