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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글 한 문단 고르고 필사한 후, 글쓰기

세계명작을 통한 자기발견 수업 과제 백업




페테르부르크에는 연봉 사백 루블이나 그 정도 급료를 받는 모든 사람에게 강력한 적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북쪽의 한파다. 비록 이것이 건강에 아주 좋다고 말들은 하지만, 관청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는 아침 여덟시부터 아홉시 사이에 한파가 사람들의 코끝을 닥치는 대로 강하고 매섭게 후려치기 시작하면, 불쌍한 관리들은 코를 어디에 둬야 할지 전혀 모른다. 직책이 높은 관리들조차 혹한으로 이마가 아프고 눈에서 눈물이 나오는 이 시간에 가련한 9급 문관들은 이따금 무방비 상태가 된다. 유일한 자구책은 얇고 초라한 외투로 몸을 감싸고 대여섯 개 거리를 가능하면 빨리 뛰어 지나가, 길에서 꽁꽁 얼어붙은 모든 직무 능력과 재능이 녹을 때까지 현관 수위실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늘 같은 거리를 가능한 한 빨리 뛰어가려 애썼지만, 얼마 전부터 등과 어깨가 유난히 시리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외투에 무슨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외투를 잘 살펴보니 등과 어깨 부분 두세 군데가 흡사 거친 무명처럼 닳아있었다. 아카키 아카키 예비치의 외투가 동료 관리들의 놀림감이 되었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외투> , 니콜라이 고골 소설, 이항재 옮김, 문학동네

 


'마트에는 월급 130만원이나 그 정도 급료를 받는 모든 사람에게 강력한 적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5월의 골든 위크다. 비록 이것이 사람들에게 매우 꿀 같은 휴식을 준다고 말들은 하지만, 쇼핑하러온 사람들이 마트 내부를 가득 메우는 낮 12시부터 저녁 6시 사이에 고객들이 행사 상품들을 닥치는 대로 강하게 매섭게 담아가기 시작하면, 불쌍한 말단 계약직들은 어느 진열대 상품부터 채워야하는지 전혀 모른다. 짬밥이 많은 직원들조차 몰려오는 손님들로 머리가 아프고 등에 땀이 차는 이 시간에 즉석조리 코너의 가련한 신입 주방보조는 이따금 무방비 상태가 된다. 그 상황에서 유일하게 잘해낼 수 있는 일은 얇고 긴 앞치마를 몸에 두르고 떡갈비 6판을 오븐에 굽는 동안, 옆 테이블에 선배 직원이 식혀놓은 떡갈비들을 포장하고 가격표를 붙이는 것이다. 신입 주방보조 이소연은 많은 양의 떡갈비를 가능한 한 빨리 진열대에 내보내려 애썼지만, 어딘가 포장을 잘못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진열된 떡갈비에 무슨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진열대에 나와서 진열된 떡갈비를 잘 살펴보니 가격표의 바코드 끝 부분이 흡사 미용사의 실수로 잘못 잘린 머리마냥 삐딱하게 잘려있었다. 바코드 스캐너에 인식되지도 않는 이 떡갈비들이 캐셔들의 골칫덩이가 되었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느낀 점: <외투>의 주인공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직책도 높지 않고, 일도 단순노동에 그치는, 남들이 보면 삶이 고달파 보이는 캐릭터인데, 마트에서 주방 직원으로 일했던 과거의 나와 닮은 것 같아서 <외투>를 중간고사 작품으로 선택했다. <외투>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너무 길어서 정신 사납기도 하지만, 톡톡 튀는 유머러스한 묘사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데 나도 그런 묘사들을 배우고 싶었다. 주제를 설상가상으로 잡고 문단을 선택하고, 글을 써봤는데 독자가 읽었을 때 급박하고 불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상황을 설정했다. (다행스럽게도 실제로 저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또한 휴일에도 근무하는 마트 노동자들의 노고가 느껴지도록 가감 없이 최대한 리얼하게 써봤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쓰는 거라 그런가, 술술 잘 써져서 기분이 좋다. <외투> 특유의 길지만 재미있는 문장을 분석하고, 나름대로 응용해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내 글쓰기 실력이 조금 더 나아진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다. 이런 시간을 종종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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